세장으로 된 고시.
짓게 된 애절한 사연인 즉,
이문열의 소설 '선택' 속 주인공 정부인 장씨의 이야기를 들어다 학발삼장을 짓게 된 배경을 풀어본다
18세 이전의 어느날 해질 무렵
어떤 일로 민촌을 지나다가 어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엎어지락빠지락 하며 내 닫고 한 젊은 여인이 뒤쫓으며 붙잡는 걸 보았다. 둘 다 울고 있는데 붉은 노을을 등지고 벌어지는 그 정경이 처연하기 짝이 없었다.
집에 돌아와도 종내 그 일이 잊혀지지 않아 이튿날 몸종을 풀어 알아보니 그 둘은 고부간이었다. 젊은 여인의 남편이 멀리 변방으로 수자리를 떠났는데 팔순의 어머니는 병이 들어 목숨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전날 내가 본 것은 그런 노모가 그리움을 못이겨 병석을 뛰쳐나오자 며느리가 뒤따라 나와 울며 말리는 정경이었다.
그 일을 들은 내 머릿속에는 예 사람들의 새하곡이나 오가와 같은 시상이 떠올랐다. 죽음을 앞둔 늙은 어머니가 아들을 그리는 애절함과 군역으로 민초들이 겪어야 하는 살이의 고단함이 어우러져 곧 세 장의 사언고시로 흘러나왔다.
학같이 센 머리로 병들어 누웠는데
아들은 만리 먼 길을 떠났구나.
만리 밖 수자리 간 내 아들아.
네 돌아올 날은 언제이러뇨.
학같이 센 머리로 병을 안고 바라보니
서산 붉은 해는 이제 막 지려 하네
두 손 모아 하늘에 빌고 또 빌어봐도
하늘은 어찌 이리 아득하기만 한가.
학같이 센 머리 병마저 무릅쓰고
일어났다 쓰러졌다 아들을 찾네
애절한 그리움 이제 저 같으나
옷자락 떨치며 떠났으니 어찌하리.
고시의 맛은 간결하면서도 깊은 함의에 있다. 이 시는 밖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가지로 과분한 상찬을 들었다. 어떤 이는 백낙천의 [사부미]에 견주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민중시로 추켜세우기도 한다. 고맙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과찬이다. 그때 나는 틀림없이 민초들의 어려운 삶을 마음아파하고는 있었지만 그들이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는 세상의 구조에 대해서는 의혹이 없었고 그들과 함께한다는 의식같은 것은 더욱 없었다.
그러나 내게도 자랑은 있다. (중략) 그 때 보인 어려운 이들에 대한 내 동정과 연민은 일생 유지되어 기회만 주어지면 작으나마 베풂으로 나타나게 된다.....
think...
돌아가실 날이 곧.. 일지도 모르는데 아들 얼굴일랑 못 보고 가실 생각에 얼마나 아리고 그리우셨을까. 멀리 변방으로 떠난 남편도 없이 시어머니를 홀로 모시고 같이 눈물 지우는 며느리의 모습에서도 사랑이 느껴진다.
'■■■■■ 배움 책 > 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리 퀴리 피에르 퀴리를 만나다. (2) | 2023.10.10 |
---|---|
마리 퀴리 피에르 퀴리 부부 (1) | 2023.08.04 |
제임스 다이슨 철학이 담긴 자서전 [계속해서 실패하라] (1) | 2023.07.05 |
제임스 다이슨 자서전 속 경영철학 (0) | 2023.07.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