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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빌리북의 자녀

산 정상 찍고 내려온 네 아들들 2022.12.31

by ibiliever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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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근무 마치고 아침에 집에 들어가니
친구들과 산에 다녀오겠다던 아들.

점심 때 출발하겠다는 것을
겨울엔 해가 일찍 지니까
좀 더 일찍 출발하라고 말해주었다.

친구들과 전화 통화를 한다.

"우리엄마가 해가 일찍 진다고 좀 더 빨리 출발하래.
준비물로 물 운동화 챙겨와"

제 나이에 챙길 만한 것은 제법 잘 챙기는 아들.
속으로 기특하다.

졸음이 쏟아져서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인데
물이랑 딸기랑 이것 저것 챙겨달라고 한다.
산에서 내려오면 편의점에서 간식 사먹겠다고
용돈도 달라한다.

삼각김밥 사먹겠다는 것을
같이 산에 갈 친구들 인원수대로
고봉민김밥 네줄을 주문해서
포장해 가라며 용돈과 함께 챙겨보냈다.

눈꺼풀이 무거워 주저앉는 것을 겨우 겨우 치켜 뜨며
아이를 배웅하고는 그대로 쓰러져 잤다.

눈 떠보니 세시쯤 되었다.
아이 위치를 추적해보니 산에서는 내려와 있었다.
종종 노는 성당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스르르 잠이 들었다.

일곱시 즈음 집에 들어온 아들.
얼굴이 상기된 표정으로

"오늘 진짜 진짜 재밌었어!!"

"처음엔 C가 집에 가고 싶다고 그러더니..
산 끝까지 올라가더니 자기도 너무 좋아하더라"

그 친구는 왜 집에 가고 싶어했어? 라고 물었더니..

"우리가 처음에 좀 빨리 갔었어. 걔는 이리 저리
안전한지 밟아보면서 올라오고 있어서 느렸는데.
엄마랑 말하다 보니 우리가 좀 잘못한 것 같네.
우리가 좀 비정상적으로 빨리 산을 잘 타는 거 같아. 하하
그래도 나중엔 올라가서는 너무너무 좋다고 하더라"

"예전에 D도 못가겠다고 울려고 했었는데
산 정상 가더니 엄청 좋아했는데
우리랑 가면 산 못타던 애도 잘 타게 되는 거 같아"

마구마구 말하는 아이의 눈에 뿌듯함..기쁨..같은 것이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사진을 많이 남겨놓으면 나중에 추억이 된다.

될 수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많이 찍어둬라"
라고 평소에 많이 말을 해 주었었다.

친구들과 웹툰방을 가거나 공원에서 놀 때라도
사진을 찍어두면 추억돋을 거라고
아이가 집을 나설 때마다 말해주었는데
자꾸 하면 잔소리 같을까봐 오늘은 입을 닫았었다.

어쩌다 한 장씩 찍어오곤 하더라마는
이번에는 말도 안했는데 사진을 몇 장 더 찍어 왔다.

"엄마가 사진 찍으면 추억될거라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이번에 그래서 많이 찍었어"

"오늘은 다른 사람도 우리 사진 찍어줬어.
어떤 형인지 삼촌인지 젊은 분이 우리 폰마다
사진 많이 찍어줬어."


"사람들이 우리끼리 가니까 어른들이 너희들끼리 왔냐고 대단하다 그러대?"

"지난번에도 내려오는 길 헷갈려서
이번에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떤 어른 부부께서 길을 알려주셨어.
근데 그 분들도 잘못 알아서 돌탑쪽으로 갔어.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하시는 걸
'알려주신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지~

그리고 우린 돌탑쪽에서 우리 동네로 오는 길 알고 있어서 잘 왔어"

"어떤 분이 너희끼리 왔냐고 묻더라?
그렇다고 하니까 대단하대.

부모님들이 허락하셨나고 묻더라?
그렇다고 하니까 부모님도 대단하대 ㅎㅎ"


"엄마 오늘 진짜 진짜 재밌었어."

"끝나고 애들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먹었는데..WAA WAA WAA"

그렇게 아이의 수다가 끝나가는가 싶었는데 한 마디를 더 한다.

"엄마 나는 주말마다 이렇게 놀아서 죄책감 들려고 했는데
엄마 말이 떠올라서 괜찮았어. 노는 것도 좋은 거라고.
노는 것도 경험이고 좋은 거고 해야 되는 거라고 했던
엄마 말 덕분에 죄책감 안 생기고 너무너무 즐거웠어"


 

엄마도 이렇게 커가는 너를 보는 게 즐거워. 

매일 매일 감사해. 

 

 

 

 

 

 

 

 

어쨌거나

죄책감 안생기고

즐거워서.

그래서. 

너.

 

 

 

 

 

 

 

 

 

 

 

 

 

오늘도...

하루종일..

이시간까지..

 

 

 

 

 

 

 

 

놀고 있는거지?

2023.1.1

PM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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