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소풍이 재개되었다. 이 좋은 가을날 아이들의 소풍소식이 반갑다. 몇년 만인가. 오랜만의 초등학교 소풍 소식에 아이들도 한껏 신이 난 듯하다. 이것 저것 싸달라고 당부를 하는 아이말에 그제서야 생각난 소풍도시락. 한동안 잊고 있었던 소풍도시락...을 싸야 한다.
나는 주로 김밥을 쌌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김밥 싸는 일이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안 귀찮은 것도 아니어서 소풍준비에 살짝 부지런을 떨어줘야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에 마트에 들렀다. 낮동안에도 사나웠던 바람이 저녁에는 어찌나 더욱 드세게 불어대던지 그 날의 차림으로는 오들오들 떨며 장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그날따라 춥고 어두운데다 사람도 거의 없어서 더욱 썰렁한 기분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난 아이의 스페셜 주문 메뉴. 초밥...을 안 샀다. 아이씨..ㅠㅠ
걸음하는 동안 며칠 전이 떠오른다. 초등아이가 소풍도시락통에 초밥을 싸달라고 했던 그 날. "안 된다"고 못을 박았더니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애원하던 아이 모습.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김밥만 싸주겠다라면서 재차 거절한 나.
그러나 결국.
초밥을 샀고 다음날 소풍도시락통에 옮겨 담아 보냈다.
아이의 소풍도시락이 너무 유난스러운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쓸데 없는 생각이었다. 아무거나 싸 보내도 되더라...라는 것을 그 날 찍은 소풍사진을 보면서 깨달았다.치킨 탕수육 잡채 주먹밥 햄버거 너겟 아무거나 다 싸온다. 소풍 돗자리 깔고 빙~~ 둘러 앉아 개구지게 먹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그제야 떠오른다. 아.. 맞다 그랬었지... 아무거나 싸보내면 되었었지. 나는 한솥 도시락을 싸보내기도 했다. 밖에서 먹으면 뭐든 다 꿀맛이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소풍도시락 뭐 싸지? 편한대로 하면 된다. 소풍 도시락통도 고민할 필요없다. 3단 5단짜리 통도 좋고 포장용기 재활용도 좋고 죽통도 좋다. 먹고 싶다는 음식 싸서 편하게 보내면 된다. 초등 소풍가방도 따로 필요 없다. 소풍도시락통을 잘 봉해서 늘 매고 다니던 학교 가방에 쏙 넣어주면 된다.
소풍돗자리를 비롯한 초등 소풍준비물로는 도시락 간식 물 돗자리 필기구 봉지 정도. 운동화에 편한 복장차림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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