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더라?
친구 우리집에 와서 같이 자면 안되냐고
친구를 데려와서 같이 자도 되냐고
계속 묻는 일이 시작했던 때가.
초등학교 고학년때였던 것 같다.
끈질긴 요청 :
누구네 집에서는 파자마 파티 한다고 하던데 우리도 하면 안돼? 누구누구가 집에와서 자도 된다고 오라는데 가도 돼? 하도 하도 하도 그래서 가는 것을 한 번 허락해 주었었다.
한 번 허락하면 두 번 세 번 요구하는 아이들 :
한 번 허락하자 다음 번 다른 아이네 집에서도 또 초대했다고 또 자면 안 되냐고 물어 왔고. 생각해보겠다고 하다가 결국엔 허락하기를 몇 차례 하고 나니. 남의 집에만 가는 것도 실례같고 이왕이면 우리집에도 초대를 좀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친구들 우리집에서 자면 안 되냐는 질긴 물음에 한 두 번 허락 해 주었다.
만족을 모르는 녀석들 :
다른 집으로 보내면 그 댁 어른들이 힘들까봐 안 보내려고 했는데. 한 번 허락을 해주니까. 아이들은 만족하고 감사하는 게 아니라 다음번에는 누구네 이러면서 더욱 요구를 하더라는 것이다. 신세(?) 보답하는 마음으로 또 어렵사리 우리 집에 와서 자는 것을 허락하고 나면 허락이 떨어지는 순간은 신나서 고맙다 감사하다 하면서도 그 날이 지나서 또 요구를 하고. 더는 안 된다고 하면 삐죽거리면서 불만을 나타낸다 .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렇게 아이가 요구를 늘어지게 하게 된 건 아이가 커갈수록 자기 요구도 커진 것도 있겠지만 당시에 내가 내 기준이 없고 다른 집에 맞추려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친구집에서든 우리집에서든 같이 잠 자면 안 되냐는 요구에도 오락가락 흔들리고 있었지만 스마트 폰도 마찬가지였다.다른 친구들은 스마트폰 하루종일 하는데 나는 왜 한 시간이냐고. 할 때마다 또 흔들렸다. (엄마 마음이 흔들릴수록 힘들었던 건 말해 뭐하겠는가ㅠㅠ)
우리집은 아이의 TV시청시간도 주말에만 하루 중 몇시간을 허락했는데. 아이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아이에 대한 규칙을 너무 타이트하게 통제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커지면서 내 기준들이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기준 (스마트폰은 부모님 허락하에 정해진 시간만)대로 굳게 밀고 나갈 때는 시간 체크하는 일이 짜증날 정도로 귀찮았지만 그렇게 해야 나중에도 편안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해 나가고 있던 중이었다.
학교에서도 노트북을 제공해가며 유튜브 제작이며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숙제 등을 내 주는 것을 볼 때면 나혼자 시대를 역행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혼란스러워졌고.
누구는 하루종일 스마트폰 허락하더라. 누구는 주말마다 친구들하고 자더라. 등 등.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더 내가 너무 통제하고 있나? 하는 의문으로 정해 놓았던 규칙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흐물흐물해진 우리 집 룰들은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어버렸다.
흔들리면 안 된다
돌이켜 보면, 시간이라던지 일정 부분에서 조율은 해 줄 수 있다 하더라도 허락하고 안 하고! 되고 안 되고!는 나 스스로 결단하면 될 일이었는데 스스로 확신이 부족하다보니 이런 저런 상황이나 아이의 말에 흔들렸고. 점점 아이의 감정이 쎄지는 것을 보면서 갈등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내가 끌려다니는 지경이 된. 그런 나를 아이도 눈치 챘기에 엄마를 흔들었던 것 같다.
아이와의 갈등이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오락가락 흔들리며 주권을 잃은 엄마의 모호함을 아이는 놓치지 않았던 때문에 부모의 권위에 맞서는 때까지 온 것이리라.
각자 방식과 기준대로
학교는 학교대로의 교육방향이 있는 거고. 다른 집은 다른 집만의 룰이 있는 거고. 우리집은 우리집의 룰이 있는거다. 허락할 거면 하고.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나만의. 우리집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부부가 의논해서 우리집의 룰은 이것이다. 하는 것을 확실하게 정해 놓아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폰이든 친구 문제든.
엄마 이번에 친구들 우리 집에 와서 자면 안 돼?
...응. 안 돼!
왜 나는 안 되는데!
쟤는 하는데 나는 왜 안 돼!
아 씨 나도 해 달라고!!!
그래도 안 돼!
쟤네 집은 쟤네 집 방식이 있고
우리 집은 우리집 방식이 있다.
집집마다 달라.우리집은 안 돼.
확실하게 말하니까. 오히려 편해졌다.
내가 싫고. 상황이 안 되면 "안 돼"라고 확실하게 말한다. 물론 아이의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시간은 견뎌야 한다. 그래도 엄마는 안 된다. 는 것을 몸으로도 보여주기 위해. 하던 일을 의연하게 한다. 또 왜 안되냐고!! 버럭 하면 눈 똑바로 바라보고 "안 돼" 하고 할 일 한다. 더 거세질 것 같으면 자리를 피한다.
아이는 이제 질기게 요구하지 않는다. 혹여나 그 질김을 다시 부리더라도 나는 의연할 것이다.
수학여행 가기 전날에도 물었다.
(그러니까..안 되는 걸 알아도 아이들은 틈을 살피려고 하는 듯 틈틈이 물어본다. 안 된다고 하면 짜증도 낸다. 그래도 안 된다고 말하기)
엄마 수학여행 가기 전에 친구 우리집에 와서 자도 돼?
(하아.. 이 녀석이) 아니.안 된다.
그럼 계속 전화해도 돼?
(..빠직! 참으며) 아니. 안 돼.
아니 왜!!! 이유가 뭐야!!
(눈 똑바로 보고) 안. 돼.
며칠 전부터 묻기도 계속 물었다.
수학여행 너무 기대 된다고 하면서 또 묻는다. 수학여행은 평생 특별한 추억 될 시간이니만큼 전날 친구가 와서 자면 더 특별하겠다고. 누구누구 와서 우리집에서 같이 자고 학교 가면 안돼?
"응. oo야. 안 돼. 수학여행 가서 좋은 시간 실컷 보내고 와." 내 말에 짜증도 내고 버럭하기도 했지만 난 그대로를 유지했다. 잠시 후 아이가 등 긁어 달라 하면서 빨리 잘거라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의 등을 긁어 주면서 "00야. 엄마가 등 긁어 주니까 시원하지? 뭔가 좋은 걸 얻으려면 고통이 따를 때가 많거든? 지금이 그런 때야" 하면서 장난으로 등을 긁다가 한 대씩 때려주며 말해 주었다. 잠시 웃다가 아이도 말했다.
"엄마 말이 맞는 것 같아. 뭔가 좋은 걸 얻으려면 고통이 따르는 거 같네. 으.. 수학여행 어떻게 기다려어어어어어 고통스러워"
많은 도움을 얻고있는 조선미 선생님의 마음읽기 이야기 클릭
그렇게 엄마는 흔들리지 않는 엄마로
휘둘리지 않는 느낌으로.
끌려다니지 않는 느낌으로.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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