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는 무는 제나라 사람으로 병서를 쓴 뒤 오나라 왕 합려를 알현했다. 오왕 합려가 말했다.
"그대의 병서 열 세편을 과인이 모두 읽어 보았다. 시험 삼아 실제로 조련하는 법을 보여줄 수 있겠소?"
"좋습니다."
"부녀자들도 가능하오?"
"가능합니다."
이에 왕의 허락을 받아 궁중의 미녀 1850명을 뽑아 들였다. 손자는 그들을 두 편으로 나누고 왕이 총애하는 후궁 둘을 각기 대장으로 삼았다. 그러고는 모두 창을 들게 한 뒤 명령을 내렸다.
"그대들은 자기의 가슴과 두 팔, 등을 알고 있는가?"
부인들이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손자가 말했다.
" '앞으로!' 하고 구령을 내리면 가슴쪽으로 걷고, '좌로!'하면 왼쪽으로 돌며, '우로!'하면 오른쪽으로 돌고, '뒤로!'하면 등 쪽으로 돌아야 한다."
부인들이 대답했다.
"예!"
손자는 군령을 내린 뒤 형벌용 부월을 갖추어 놓고 여러 번 설명했다. 그러고는 북을 쳐 "우로!"하고 구령했다. 그러나 부인들은 깔깔깔깔 웃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손자가 말했다.
"군령을 똑똑히 알려주지 않고 구령을 엄숙하게 하지 못한 것은 장수의 죄다."
그는 다시 여러번 설명했다. 그러고는 다시 북을 쳐 "좌로!"하고 구령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인들은 깔깔깔깔 웃기만 할 뿐이었다.
손자가 말했다.
"군령이 분명하지 않고 구령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죄이지만, 군령을 똑똑히 알려 주었는데도 그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대장의 죄다."
그러고는 좌우 대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 누대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오나라 왕은 손자가 당장이라도 자신의 애첩들을 참하려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 즉시 영을 내렸다.
"과인은 이미 장군이 용병에 뛰어난 사람임을 알았소. 과인은 이 두 첩이 없으면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르오. 그러니 참하지는 말아 주시오."
손자가 말했다.
"신은 이미 군명을 받은 장군입니다. 장군이 진중에 있을 때는 군주의 명이라 할지라도 어떤 것은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대장 둘을 참하여 본을 보이고는 그 다음으로 왕이 총애하는 두 사람을 대장으로 삼은 뒤 북을 쳤다.
그러자 부인들은 왼쪽이건 앞이건 오른쪽이건 뒤건 꿇는 것이건 일어나는 것이건 모두 먹줄을 긋듯 정확하게 했고, 누구도 감히 불평하지 않았다.
손자는 사자를 시켜 왕에게 전했다.
"군사 훈련이 잘 되었습니다. 폐하께서 시험삼아 내려오셔서 보시옵소서. 폐하께서 쓰시고자 하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 것입니다."
오나라 왕이 말했다.
"장군은 이제 그만하고 숙사에 들도록 하시오. 과인은 내려가 볼 생각이 없소."
손자가 말했다.
"폐하께서는 단지 병법을 의논하는 것만 좋아하실 뿐 실제 쓰지는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합려는 손자가 용병에 뛰어난 것을 알고 마침내 그를 장군으로 임명했다. 그 후 오나라는 손자에 힘입어 서쪽으로는 강국인 초나라를 쳐 도읍 영에 입성했고, 북쪽으로는 제나라와 진나라를 위협하여 제후들 사이에서 명성을 떨쳤다.
여자들은 왜 깔깔깔 웃었을까?
손자가 당시에 어떤 직책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왕이 '좌로!!' '우로!' 했더라면?
정말로 장군의 위치에 있는 자가 명령을 내렸다면?
그래도 여자들은 웃고 있기만 했을까?
두 후궁들은 왕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설마 자신들을 죽일까? 하는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손자는 부녀자들에게 엄중하게 훈련을 진행했다. 여자들은 '설마하니 우리를 훈련에 임하게 하겠는가?'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장난으로 생각하다 두 여인의 목이 날아갔다.
요즘 같은 때라면 공포정치 아니냐고 하겠지만. 군대는 자신의 목숨도 달려있지만 나라의 목숨도 달려 있을 만큼 중요한 곳이므로 긴장하고 진중하게 훈련에 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후궁이 아무리 왕이 사랑하는 애첩이었다 한들 왕에게 있어서 천하를 얻는 것보다 귀했을까?
진중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알아야 한다. 또한 다스림은 온정만 갖고 되지 않는다. 엄함도 필요하다.
온정과 엄함. 진중해야 할 때와 가벼워도 될 때. 그런 양분적인 것들의 균형을 잘 맞춰 나가는 것.
언제나 그것이 어려운듯하다.
'필사 > 사기열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빈의 병법이 빛난 방연과의 마릉 전투 (1) | 2023.11.18 |
---|---|
사마천 사기열전 손자 죽은 후 100년 후 손빈 등장 (2) | 2023.11.14 |
사기열전 한비자 진시황 (2) | 2023.11.04 |
한비자 열전 유세자 미자하 여도지죄 역린 (2) | 2023.11.03 |
이윤과 탕왕 (2) | 2023.11.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