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빈의 등장
손자가 죽고 난 백여년 뒤 손빈이 나타났다.
손자의 후손인 손빈은 제나라의 이와 견땅 근방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찍이 방연과 함께 병법을 배웠다. 방연은 위나라에서 벼슬을 하여 혜왕의 장군이 되었는데, 자신의 재능이 손빈보다 못하다고 여겨 은밀히 사자를 보내 손빈을 데려왔다. 손빈이 오자 방연은 손빈의 현명함을 두려워하고 질투하여 죄를 뒤집어 씌웠다. 그러고는 두 발을 자르고 얼굴에 죄명을 개겨 넣어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이것을 보면 어떤 사람이 제 아무리 현명하여 내 나라를 위하는 인물이라도 내 안위에 위태로울 것 같다면 그가 내 앞에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인간인 듯 하다.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한다 한들 그들의 안위에 위협이 된다면 음모. 술수. 모든 걸 써서라도 자신의 자리 위치 생명을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여론을 모아간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올바른(?) 말들로 언어유희를 부리며.
이것이 인간이다. 음모 술수 질투 등.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영역이다. 이성으로 살인이나 모함을 눌러 놓아서 그렇지 사람은 어쨌거나 자신을 가장 생각하는 존재다.
손빈 군사로 등용되다
제나라 사신이 위나라 도읍인 대량에 갔을 때 죄인 손빈은 그와 은밀히 만나 자신의 뜻을 전했다. 사신은 손빈을 재능이 뛰어난 자라 여겨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수레에 태워 제나라로 돌아왔다. 제나라 장군인 전기는 손빈의 됨됨이를 알아차리고 그를 빈객으로 대우했다.
그 무렵 전기는 종종 제나라의 여러 공자들과 함께 말을 달리며 활쏘기 내기를 했다. 손빈은 말들이 달리는 속력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상중하의 등급이 있음을 알고 전기에게 말했다.
"장군께서는 활쏘기에 큰 돈을 걸어보시오. 제가 틀림없이 이기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전기는 이 말을 믿고 왕을 비롯한 여러 공자들과 천금을 걸고 활쏘기 내기를 하기로 했다. 내기가 임박하자 손빈이 말했다.
"장군의 가장 느린 말을 상대방의 가장 빠른 말과 겨루게 하고, 장군의 빠른 말을 상대방의 중간 말과, 장군의 중간 말을 상대방의 가장 느린 말과 겨루게 하십시요."
내기가 끝난 결과 전기는 한 번 지고 두 번 이겨 천금을 얻게 되었다. 그 후 전기는 손빈을 위왕에게 추천했다. 위왕은 손빈과 병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는 마침내 그를 군사로 삼았다.
눈썰미라는 것은 타고나는 것처럼 보인다. 달리는 말들을 관찰한다고 다들 이런 지략이 서는 것은 아닐텐데. 뛰어난 인물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 아닐까? 손빈. 그는 어떻게 해서 뛰어나게 되었을까?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부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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