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꾸 깜박깜박하는 게 심해지고 있어서 나이가 들어 그런가? 하는 생각에 세월이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랑말랑 할라는 차에. 도야마 시게히코라는 작가의 <자네 늙어봤나 나는 젊어봤네>라는 책에서 '망각의 개성'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이 책에서 도야마 시게히코는 나이를 먹으면 자꾸 깜빡하게 되는 건 뇌의 기능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지성이 발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오!!
신선하다!!
묵혀놓았던 생각이 사고로 승화되는 것은 '시간의 정화작용'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정화 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의 뇌에서 망각 기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자꾸 깜빡하게 되는 것은 능력이 쇠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망각이야말로 지성의 심화에 없어서는 안 될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타율적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망각이 사실은 자율적인 작용임을 의외로 깨닫지 못한다. 예를 들어 어떤 문장을 여러 사람에게 읽힌 다음 적게하면 사람마다 문장이 미묘하게 다른다. 기억하는 부분과 잊어버린 부분에 개인차가 있기 때문인데, 그 개인차야말로 '망강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완전한 기억은 누가하든 획일적이며 몰개성적이다. 그러나 기억의누락, 즉 망각의 작용에는 십인십색의 개인차가 반영된다.
망각이 개성의 원천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중략... 망각이 없다면 개성적인 아이디어, 발상 사고체계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략... 새로운 정보를 접하더라도 그것을 바로 쓰려고 하지 말자. 기억하려고, 외우려고도 생각하지 말고 그대로 내버려 둔다.... 중략... 자율적으로 망각되고 남은 지식이 어떤 정보와 결합해 되살아난다. 그렇게 지식과 정보를 연결하는 작업이 바로 인간만이 지닌 고도의 창조 활동이다. 망각 덕분에 인간답게 생각할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자네늙어봤나 나는 젊어봤네 p130 中>
망각이 없으면
개성도 없고
창조도 없다
책을 읽어도 그 책의 내용을 다 알고 싶다는 열망. 그 과한 열망이 책을 더 잘 못읽게 하기도 한다. 읽기 전부터 부담되어 책을 펴보지도 못하는 거다. 망각은 오히려 인간 사고의 개성을 만들고 또 다른 창조를 돕는다는 저자의 견해를 통해 오늘부터 나는 책을 즐겁게 열어 보겠다.
잊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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